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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드림캐 이름의 표기는 '토트' 지만, 오너에겐 '토토'로 굳어져 글에서는 토토라 적습니다.

*오너가 짠 몇 가지의 엔딩 중 하나 입니다.

 

 

 

 

 

 

 

 

 

조용한 방 안, 사유라는 외출 준비를 하고 전신 거울에 한 번 자신의 모습을 비춘다. 그 모습은 그녀에게 익숙하고도 조금은 낯선 느낌을 주었다. 분명 알고 있던 옷이며, 원래의 자신의 것인데도 미약한 위화감을 느껴버린다. 허나 그 감각도 곧 지운다. 주황색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작은 지갑과 언제나의 들고 다니던 핸드폰을 들고 방의 주인은 나간다. 자신에게 남은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여성은 시작 된 곳으로 향한다.

 

 

 

 

 

 

 

 

 

 

토토는 마지막 남은 학생을 보낸 후, 졸업식 이후 보이지 않는 다른 교사를 찾아 나선다. 그녀라면 학생들을 배웅할거라 여겼지만, 나타나지 않은 사유라. 신은 그녀가 있을 장소로 향한다. 익숙한 풍경과 길을 따라 갔을까... 푸른 눈동자에 비친 광경은 아름다웠다. 푸른 하늘, 녹색의 잔디밭, 그리고 봄에 너무도 어울리는 분홍색의 꽃다발이 보여왔다. 그리고 그 세가지의 색에 둘러쌓인 곳에서 찾던 존재가 서 있었다. 그에게 행복과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가... 앞으로도 함께 할 연인에게 토토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간다.

 

 

"여기서 뭐하는거냐. 다른 녀석들은 모두 돌아갔다."

"네, 알고 있어요."

"배웅도 하지 않는거냐?"

"배웅인사는 아침에 했습니다. 다들 너무도 좋은 인사를 해줬답니다."

 

 

자신이 말을 걸음에도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는 시선을 돌리지 않는 눈동자에 신은 위화감을 느낀다. 더불어 그녀의 목소리 톤도 언제나와 미묘하지만 틀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복장이 틀렸다. 교사로서 있던 제복의 모습도, 혼자 있을 때의 복장도 아닌 그 모습을 토토는 예전 본 적이 있다. 그것은 그녀가 모형정원의 나타났던 당시의 복장이었다. 선명하기보다는 파스텔 계열의 하늘색으로 물들어진 넉넉한 와이셔츠와 짙은 청바지. 흔하고도 심플한 복장은 그녀답지만, 어째서인지 위화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 복장은 네가 여기 처음 왔던 당시의 복장이군."

"네. 제가 이곳에 왔을 때의 복장입니다. 즉, 제가 완벽한 인간이었던 당시의 마지막 옷이죠."

"이곳에서의 마지막 날이라고 입은건가?"

"네. 그리고 연극이 끝났기에 돌아온 것입니다. 토토님."

 

 

토토는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차린다. 그녀의 말들로, 낯선 호칭으로 인해 알게 된다. 하늘로 부터 시선을 떼 자신을 바라보는, 선명한 금색으로 물들어진 눈동자를 지닌 존재는 '사유라'가 아니다. 아니 사유라임에는 틀림없다. 허나 어딘가 틀렸다. 한없이 그녀지만, 그녀라기엔 낯선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온갖 추측들이 그의 머릿속을 헤집는 가운데 작은 입술이 다시 움직인다.

 

 

"토토님, 알아차리셨을 테지만...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사유라가 아닙니다."

"그럼 너는 누구지? 네가 네코가 아니면 누구라는거냐."

"저는 사유라란 여성을 연기한 자, 그 역할을 만들어 낸 자. 당신과 모두를 속인 자입니다."

 

그 말투는 너무도 정중했다. 딱딱하고도 틈이 없는 경어. 사와가리 사유라와는 틀렸다. 그녀의 경어 또한 분명 정중했지만, 한없이 조심스러우면서도 부드러웠다. 자신에게 말하면서 보인 미소들을 신은 기억한다. 가끔 자신에게 반박하던 모습도 선명한 그다. 헌데 눈앞의 사유라와 똑같이 생긴 여성은 딱딱하고도 한없이 감정을 희석시킨 목소리로 자신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첫만남 때의 사유라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더 인간적이고도 부드러웠다.

 

 

"제대로 설명해라."

"제가 원래 인간이었으며, 갑작스레 이곳에 온 사실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허나 저는 우연으로 이곳에 온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

"저는 모형정원이 사랑을 갈망해 불러낸 인간. 그리고 그 모형정원의 기적으로 신이 되는 인간입니다."

"그 눈으로 보건데... 신이 되기 일보직전 상태로 억눌러 놓은건가."

"맞습니다. 제가 완벽히 신이 된다면 지금의 모형정원은 버티지 못할 것이기에, 아직은 완벽한 신으로 각성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금색으로 변한 눈동자 이외에는 전부 자신이 알던 네코일 텐데도, 마치 다른 사람과도 같이 문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기억을 잃었을 때와도 틀린 분위기. 만약 이 모습이 '사유라'란 여성의 진짜 모습이면... 이라고 토토는 생각해보지만 납득할 수 없었다. 사유라라는 여성은 분명 자신의 곁에 있었고, 자신에게 웃어줬다. 오늘 아침만 해도 자신의 품안에 있었다. 그런데도 갑자기 만들어낸 역이라니,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신이다.

 

 

"그만해라. 그 말투도, 그 목소리 톤도. 얼른 언제나의 네코로 대화해라."

"...... 그것으로 신의 노여움이 덜 하신다면 하겠습니다."

"뭐냐, 그건. 연기라도 하겠다는 듯한 말투군."

"네. 사유라는 아까 말했듯이 제가 만들어낸, 연기한 역할입니다. 제 소망을 이루기 위해 만들어낸, 신들의 교육을 위해 만들어낸 임시교사로서의 다른 저입니다."

 

 

자신의 말에 거슬리는 내용이 담긴 대답을 하는 그녀. 거기에 노골적으로 불쾌함이 담긴 말을 신은 내뱉는다. 그러자 자신의 말에 오히려 동의한 여성은 나름의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 그리고는 사유라가 아니라고 한 여성은 미소를 지어낸다. 그가 지금까지 본, 언제나의 부드러운 미소를... 허나 동시에 토토는 불안함을 느낀다. 그 미소가 한없이 흐릿하다는 감각을 느껴버린다. 마치 환상이라도 보는 듯한 감각에 불안함이 커진다. 불안함은 그에게 공포를 선사하고, 공포는 이유없는 분노를 만들어낸다.

 

 

"뭐냐, 그 미소는... 예전보다 더 형편없는 미소를 왜 짓는거냐."

"토토님이 말하는 미소가 어느 미소인지, 어느정도 알겠지만... 죄송합니다. 이제는 아침까지의 저로 있을 수가 없거든요."

"그 님이라는 호칭은 그만둬라. 너는 네코다. 시와가리 사유라다. 왜 아직도 그 호칭인거냐."

"... 토토님, 방금도 말했다시피 저는 이제 당신이 알던, 당신이 네코라고 부르던 존재가 아닙니다. 지금의 저는 위대한 신의 명령으로 이미 끝난 역할을 흉내내는 자에요. 그렇기에 당신이 말하는 '시와가리 사유라'가 아니에요."

 

 

바보같은 대답이었다. 어이가 없는 대답이었다. 토토는 커지는 분노와 여러가지의 감정들을 억누른다. 감정에 휘둘리면 끝이다란 생각이 그의 이성을 유지시킨다. 허나 자신을 보는 금안에 가슴에 불쾌한 감각이 피어오른다. 그 금안은 눈앞의 여성이 힘을 지녔다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증거다. 아무리 완벽하게 신이 되지 않았지만, 이미 그녀는 힘을 사용한 적이 있다. 그것도 그녀, 자신이 희생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렇기에 신은 몇 가지의 최악의 일들을 그려낸다.

 

 

"이 내가 한발 양보해서 네가 네코가 아니라고 하자. 너는 원래대로 돌아간 지금 무엇을 할려는거냐."

"끝을 맞이할 거에요."

"그 끝은 어떤 끝이지?"

"...... 말 그대로 끝이에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멸이랍니다."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던 신의 눈동자가 커져, 흔들린다. 여성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그가 생각한 최악의 일들 중 정말로 최악의 일이다. 오히려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의 결말이다. 헌데 그 결말이 작은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것도 너무도 태연한 목소리로, 여전히 미소를 지은채 말이다. 토토는 여성이 그런 말을 가볍게 꺼낼 여자가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들려온 말의 진지함이나 무게는 평범한게 아니다. 거기엔 진정으로 실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담겨있었다. 어정쩡한 계획이 아니다. 확실하게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배어 있었다.

 

 

"고작 너 같은... 아직 완벽하게 신화도 하지 않은 신에게 그런 힘이 있다는거냐."

"기억하시나요? 저번에 토토님이 인간에게 실망하여, 분노하여... 인류를 소멸시키려고 했던 날을."

"... 너 설마..."

"그때 저와 쿠사나기가 말리다가 중단 된 소멸의 힘이 사라지셨다고 했죠? 죄송합니다. 사실 그때의 그 힘은 제가 가져버렸답니다."

"바보같은... 그것은 창조의 힘과 동등한 힘이다. 아무리 일부더라도, 완벽하게 발동되지 않았더라도 그때의 너의 몸이 견딜만한 힘이 아니었다."

 

 

언젠가 사유라의 과거를 알았을 때, 그녀의 슬픔의 이유를 알았을 때. 신은 인류에게 분노했다. 아니, 사실 이미 인류에게 그는 진저리가 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신이 맡은 직책과 인간들의 대표 '쿠사나기 유이', 그리고 사랑하게 된 여성을 보며 인류를 지켜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허나 사랑하게 된 존재의 끝이 없을지도 모르는 슬픔의 이유도 결국 같은 인간으로 인해 알았다는 순간, 오랜 시간 참아온 분노는 폭발해버렸었다. 그리고 세계를 구한다는 구실을 붙여, 인류를 소멸시키려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쿠사나기 유이와 사랑하는 이가 몸을 던져 말린 덕분에 보류하기로 했다. 다만 발동 직전에 중단이 된 소멸의 힘이 저절로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그였기에, 진실을 알려준 그녀의 말에 반박한다.

 

 

"그래요. 그래서 저는 그때 쓰러져 며칠이나 깨어나지 못했어요."

"만약 그때 네 안에 소멸의 힘이 있었다면 내가 알아냈을거다. 하지만 그때의 네 몸에는..."

"네, 없었죠. 제가 쓰러진건 일시적이지만, 소멸의 힘을 담아낸 것으로 인한 후유증. 즉, 그 힘은 제 안에 담겼다가 곧 바로 다른 곳으로 옮겨졌어요. 그래서 토토님이 절 진찰했을 때는 제 몸에 있지 않았어요."

"다른 곳... 그만한 힘을 담을만한 그릇은 이 모형정원에는 없을터다. 하물며 다른 신들이 담았다면 곧 바로 얘기 했을텐데..."

"맞아요. 하지만 토토님, 만약 모형정원 속에 존재하는 그릇이 아닌 그 그릇들을 담아낸 더욱 큰 그릇이라면 어떨까요?"

 

 

그제야 신은 무엇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게 된다. 소멸의 힘은 그녀가 아닌, 모형정원이라는, 작지만 세계라는 그릇에 담겨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아는 눈앞의 여성이 어떠한 신인지도 어슴프레 눈치챈다. 그 작은 입에서 나왔던 말이나 지금까지 있던 일들을 짜 맞추면 나오는 결론은 하나 뿐이었다. 모형정원이라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세계가 바래서 불려진, 선택된 인간. 또한 그 세계로부터 힘을 받아, 만들어진 기적으로 신이 되는 운명을 가지게 된 인간. 그렇다면 눈 앞의 존재는 이미 역할을 받은 존재다.

 

 

"네 녀석... 이 모형정원의 신이 된거냐."

"네. 아니, 정확하게는 이 세계에 온 순간부터 그랬다고 하더군요."

"그걸 받아들인거냐. 이 세계가 어떠한 용도로 만들어진지 알면서도 받아들인거냐!"

"....... 잘 알고 있어요. 이 모형정원은 신들에게 사랑을 알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그 역할이 끝나면 무너질... 소모품과도 같은, 너무도 불안전한 세계란 것을."

 

 

믿고 싶지 않은 진실에 토토는 결국 언성을 높인다. 여성이 갖게 된 역할은, 짊어진 세계는 그녀에게 어떠한 결말을 줄지 눈에 선했다. 그것은 그가 바라지 않는 미래다. 신이 바란, 기대하던 미래와는 너무도 다른 미래다. 그렇기에 화를 낸다. 분노와도 닮은 걱정을 내뱉어낸다. 허나 상대방은, 모형정원의 여신이 되어버린 존재는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답한다. 그 대답이 뜻하는 바를, 그 앞에 놓인 미래를 누구보다 잘 안다는... 흔들림이 없는 목소리와 눈동자에 오히려 지혜의 신이 흔들린다.

 

 

"제 정신인거냐. 그런 바보같은 역할을 맡은채, 소멸의 힘을 쓸려는거냐."

"네."

"소멸은 무너진다거나 부서진다와는 틀리다. 말 그대로 소멸이다. 부서진다라는 조각이라도 남는 끝과는 다른거다. 그런데도 너는 그런 결말을 골라내는거냐!"

"그게 저와 모두를 위한 결말이며, 본래의 제가 원했던 결말이에요."

"어디가 모두를 위한거냐. 거기다 원했던 결말? 웃기지 마라. 내가 그런 걸로 납득할거라 여긴거냐?!"

"그럼 당신이 납득할만한 이유를 하나 더 밝히겠습니다."

"뭐?"

 

 

불안감과 혼란에 침착을 잃은 자신과 달리, 여성은 너무도 침착했다. 냉철한 신이라 불린 자신이 그 모습을 잃는 와중에 그녀는 오히려 납득시키려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그 사랑을 가지게 해준 존재를 읽을까에 대한 두려움으로 무너지는 와중에 말이다. 그것은 어느 의미 잔인하다고 토토는 생각한다. 자신의 괴로워하는 모습에 같이 괴로워하던, 사과하던 사랑하는 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토토님, 제 안에는 파괴신의 운명이자 힘이 봉인되어 있습니다."

"헛소리 집어쳐라. 나를 억지로 납득시키기 위한 거짓말은..."

"사실 입니다. 바르도르님을 구하기 위해, '사유라'는 자신의 몸에 그 운명을 담아냈어요."

 

 

지신에게 있던 일을 마치 타인에게 있었던 일인양 말하는 여성. 그런 여성이 말한 진실에 토토는 아까의 충격에 버금가는 또 한번의 충격을 받는다. 제우스도, 자신도 걱정하던 파괴신의 각성. 그 운명을 담아낸 신인 바르도르가 죽는 것만이 세계를 구할거라 여겼던 일. 그리고 그것은 그의 친우인 로키가 만들어낸 검으로 찌름과 동시에 일어난 기적으로 해결되었다고 여겼던 일이었다. 헌데 지금 그는 모르던 진실을 듣게 된거다. 기적으로 인해 파괴신의 힘이 사라진게 아닌, 제 3자와도 같던 인물의 희생으로 해결된 사실을 신은 알게 된다.

 

 

"미쳤던 거냐. 아니, 그전에 왜 내게 말하지 않은거냐."

"당신에게 말한들 무엇이 바뀌었을까요. 제우스님도, 토토님도 사실은 그 문제로 걱정하던 것을 저는 알아요."

"그렇다고 왜 네가 그 운명이자 힘을 대신 짊어진거냐. 아니, 그 이전에 그건 원한다고 짊어질 수 있는게 아니다. 어떻게 한거지?"

"토토님, 저는 이 모형정원의 신이며... 동시에 인간이었던 자. 당신은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깊은지 알고 계시죠?"

 

 

자신의 질문에 그녀는 마치 시험과도 같이 질문으로 답한다. 그것은 질문이자, 힌트였다. 그리고 지혜의 신은 답을 알아낸다. 눈앞의 여성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결국은 상냥한 그녀를 다시 실감한다.

 

 

"너는 이렇게 말하고 싶은거냐. 그 거대한 힘이 탐나서, 욕망이란 더러운 마음으로... 모형정원의 신이기에 가지는, 일종의 일정공간에서 발휘하는 사기적인 능력으로 힘을 뺏은 거냐."

"음... 왠지 너무 세세한 것 같기도 한 말씀이지만... 뭐, 대충 그런 거랍니다."

"멍청한 놈. 이건 겉 표면만 본 설명이다. 내가 너의 성격을 모를거라 여긴 거냐."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또 회피 하려는 거냐. 이 점은 그대로군."

 

 

토토는 눈앞의 여성이 언제나처럼 넘어가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녀는 자신의 희생을 욕망이라고 덧씌워 스스로를 나쁜 존재로 만들고 있다. 호의보다는 악의를 받으려는 태도. 그것은 사유라일 때에도 보인 태도였다. 즉, 눈앞의 존재는 사유라다. 신은 그렇게 확신한다. 그리고 절대로 붙잡겠다고 다짐한다.

 

 

"넌 역시 네코다. 시와가리 사유라다."

"... 그건 제가 당신의 말씀대로 그 인물을 흉내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겁니다."

"어째서냐. 왜 그런 말을 하는거냐. 너는 내게 아침만 해도 웃어줬다. 내게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왜 이제와서 같잖은 연기를 하는거냐."

"틀린 말은 아닙니다. 흉내도 어쩌면 일종의 연기니까요. 허나 신이여, 저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시와가리 사유라라는 인물은 만들어낸 인물입니다."

 

 

확신에 찬 자신의 말에 방금까지 조금은 부드러웠던 말투가 딱딱해진다. 그것에 신은 그녀가 어떠한 이유로 자신을 멀리하려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는 그런 성격이다. 자신의 아픔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결국은 주위의 사람들은 위한, 스스로가 괴로운 선택을 하던 그녀였다. 그렇기에 토토는 그녀가 하려는 끝을 막아내기로 결심한다.

 

 

"마저 말해라. 내가 납득할만한 이유를..."

"... 파괴신의 운명은 지금 봉인되어 있을 뿐, 시간이 지나면 분명 각성할지도 몰라요. 단지 그 운명을 가진건 바르도르님이 아닌 제가 되는 것이지만. 그렇다면 세계를 파괴할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많은 존재들이나 당신은 원하지 않겠죠. 그렇죠?"

"그렇다 치자. 그래서 너는 그 힘을 없애기 위해 소멸을 선택하려는 거냐."

"소멸은 파괴보다 상위의 힘이라고 저는 판단했어요. 그러니 미숙하지만, 제가 당신의 소멸의 힘을 쓴다면..."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끝까지 들은 이유는 그녀스러웠다. 사유라란 인물의 성격다웠다. 결국 그녀는 자신을 희생하려는 생각이다. 자신만이 괴로운 선택을 하려는 속셈이다. 소멸을 한다면 세계에서 '시와가리 사유라'란 존재는 소멸된다. 누구도 그 존재를 잊게 된다. 애초에 존재했다는 사실이 소멸이 될거다. 그것으로 그녀는 납득하고도 안도하려는 거다. 분명 사유라는 그걸로 모두가 구해지는 동시에 아프지 않을거라 생각한거라고 토토는 확신한다.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갔다는 거짓으로 자신을 물러나게 하려 한다고 확신한다. 그렇기에 납득하지 않는다. 막으려고 한다. 그리고 한 순간 미약하게 커진 금안에 희망을 갖는다.

 

 

"사실대로 말해라. 너는 정말 사라지고 싶은거냐. 나와 헤어지고 싶은거냐."

"그건 제가 아닌 사유라의 바람입니다."

"말장난은 그만해라."

"신이여, 당신이야말로 같잖은 희망과 허상을 보는 건가요."

 

 

자신의 질문에 날카로워지는 금안을 알아챈다. 그 가면을 벗겨내기 위해 말하자, 들려온 진지한 목소리. 서로 물러나지 않으려 한다. 서로가 이루려는 끝을 보기 위한 대립이었다. 얼만큼 서로를 노려보았을까, 먼저 입을 연건 여성이다.

 

 

"토토님, 당신이 그 사랑에 목메어 저를 살리려는 거라면 그만두세요. 그것은 부질없습니다."

"무슨 말이냐."

"아까도 말씀 드렸습니다. 본래 저는 이곳에 오기 전부터 죽음을, 더 나아가 소멸을 바랬던 자 입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리고 이곳에 와 그것을 얻어낼 수 있는 거래를 끝낸 후, 저는 모두를 속인겁니다. 그런 존재에 대해 당신은 왜 집착하려는 건가요."

"너는 내가 사랑하는 존재다. 이 내가 이제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존재다. 그런 너를 나보고 손 놓고 죽는 모습을 보려는 거냐? 너도 내게 사랑한다고 했던걸 잊은거냐."

"그게 연기였다해도 말입니까? 무대 위의 연기자 본인이 아닌 연기된 존재가 말한 사랑이라도 말인가요?"

"오히려 지금이 연기가 아니냐."

 

 

계속 이어지는 설득과 반박. 허나 토토는 확신했음에도 점점 다른 불안함을 느낀다. 그게 무엇으로 부터 오는지에 대한 불안함인지도 모른 채, 일단은 그녀를 설득하려 한다. 허나 금안은 흔들림이 없다. 마치 그녀는 진실만을 말하는 듯이. 그것에 신은 미약하게 흔들린다. 혹시나 자신이 잘못 생각한게 아닐까하고 말이다. 그것을 알아 차렸을까, 아니면 그저 연장선인지 여성은 입을 연다.

 

 

"토토님, 분명 사유라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그리고 당신 말대로 그게 그대로의 저라고 해도, 아직도 제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해도... 이제는 어찌할 수 없어요."

"무슨 말이냐."

"저는 당신에게 일방적인 이별을 드릴거니까요. 아무리 당신이 저를 설득하려 한다해도 저는 결정을 바꾸지 않을 것이며, 결말은 바뀌지 않을 테니까요."

"......"

 

 

들려온 목소리는 방금까지와는 달랐다. 그 목소리에 담긴 부드러움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의 목소리였다. 허나 그 목소리를 통해 들려온 내용은 그에게 잔인하였다. 그 안에 담긴 것은 희망이 아닌 절망이었다. 눈을 한번 깜박인 신의 눈에 보여진 여성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허나 그 미소는 그저 부드럽기만 했다. 행복도, 슬픔도 어느 쪽도 아닌... 아니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를 미소였다. 그렇기에 토토는 알아차린다. 불안함의 정체를...

 

 

"네코, 네 녀석... 내 의견에 상관없이 소멸하겠다는 거냐."

"저는 처음부터 그렇게 얘기했어요. 그런데도 토토님이 받아들이지 않으신거에요."

"어느 바보가 그걸 받아들이겠냐? 내가 그걸 듣고도 너를 포기할거라 여긴거냐."

"당신은 현명한 존재니까요. 그렇기에 어느 정도 기대했어요. 어차피 소멸하면 당신도 저를 잊을테고, 서로 아플 일은 없잖아요."

"네 녀석... 그게 무슨 말인지 알고 하는거냐."

"잘 알고 있어요. 무척 이기적이고도... 당신을 상처 입히는 말이랍니다."

 

 

모형정원의 여신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거였다.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이 세계는 만들어진 순간부터 부서질 운명이 정해졌었고, 그 세계의 신이 되었다면 그 운명을 같이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소멸을 선택한다 이전에 사유라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여성은 목숨을 잃을 운명을 가지고 있었던거다. 소멸은 그녀 나름의 더 좋은 결말을 만들기 위한 옵션이나 다름없었다. 토토는 알아차린다. 사유라는 아무리 자신이 설득하려고 노력해도, 그녀가 바라지 않더라도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인 것을... 그렇기에 사랑하는 여성은 모든 것을 받아들인 부드러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거다. 이윽고 사랑하는 이와 이별해야만 하는 현실에 신을 절망하게 만든다.

 

 

"그런 결말이라면, 그런 선택을 할거였다면. 어째서... 어째서 내 마음을 받은거냐! 왜 나한테 그런 말들을 한거냐?!"

"......"

"내게 이런 아픔을 줄 것을 알았을 너다. 내가 이렇게 괴로울거란 것을 누구보다 네가 알았을 터다. 너는 사랑뿐만 아니라 호의나 배려에서도 느낄 수 있는 아픔을 알테니까. "

"......"

"그럼에도 왜 내게 상냥함을 준거냐. 너와의 즐거운 시간을 알려준거냐. 멋대로 끝낼려고 했다면 왜 내게 진정한 사랑의 행복을 알려준거냐!!!"

"........."

 

 

신의 외침에 사유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아니, 여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이제는 자신을 '사유라'란 이름의 존재로 부르지 않는 여성은 괴로워하는 지고한 신을 바라본다. 그 눈동자 속에 담긴 감정은 무수해서 무어라고 정할 수 없었다. 그저... 그녀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신을 향해 웃어 보인다. 아픔을 덜기 위해, 이름을 지운 감정과 함께 무수한 감정을 담아 그를 바라본다. 그 작은 입이 다시 열린 건 잠깐의 정적 후다.

 

 

"그러게요. 예전의 저라면 이러지 않았을거에요. 상대방도, 저도 이렇게 아플 바에는 차라리 무엇도 시작되지 않도록 했을 거예요. 설령 저만이 시작했더라도 상대방에게는 숨겼겠죠. 숨기고 숨겨서 끝까지 모르게 해서 어느샌가 끝내도록 했을거에요. 상대방이 아무런 죄책감도, 미안함도, 찝찝함도 없도록 했겠죠. 더불어 추억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기억도 남지 않도록 했을지도 모르죠."

"그럼 왜..."

"...... 당신이 특별해졌으니까요. 사유라란 존재로 연기했음에도 '토토 카도케우스'라는 신이 저에게 특별해져 버렸으니까요."

"그래서 너는 내가 이렇게 괴로워할 것을 알아도, 나와 연인이 되었거냐."

"기뻤고, 덧없는 한정된 기간 동안의 희망을 가졌던 거죠. 가장 완벽에 가까운 신이 제가 살아있음을 부정하지 않아줘서, 저를 사랑해줘서, 제 존재를 용서해주는 것 같아서..."

"......"

 

 

작은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죄책감에 물든 목소리. 토토는 역시 그녀는 완벽하게 나쁜 사람의 연기를 하지 못한다고 여긴다. 허나 결국 그녀는 자기자신만을 위한 이유를 대고 있는거다.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했다고 밝히는 모습이었다. 정말로 자신의 행복에 충실한 인간의 모습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려는 신이다.

 

 

"그래서 결국 욕심을 내버렸어요. 한 순간의 행복을 바랬어요. 당신이 아플 것을 알았음에도, 당신의 마음이 진실임을 알았어도."

"너는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아는거냐."

"뻔뻔하고도 용서받지 못할 변명이죠. 그리고 너무도 이상하고도 횡설수설한 말이죠. 몇 번이고 그녀를 보며 정리한건데, 너무 이입을 했나봐요. 결국 횡설수설을 하잖아요."

"잘 알고 있군. 그리고 너는 그런 구차하고도 논점이 정리되지 않은 변명을 하는거냐. 더불어 그 모습이 얼마나 바보 같아 보이는지 아는거냐."

"물론 입니다. 누구도 아닌 지혜의 신의 앞이니까, 더더욱 바보 같겠죠."

"그럼 네가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인지도 알고 있겠지."

"네, 알고 있답니다. 거기다 제가 좋은 아이가 아니란 사실도요. 오히려 대역죄인이겠죠. 신들을 속이고, 신을 아프게 만들었으니까요."

 

 

혹시나 라는 생각에 건낸 질문들에 들려온 대답은 그를 더욱 아프게 할 뿐이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것은 상냥함이 아니었다. 이기심이었다. 이름을 모르는 여성의 이기심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에서 보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이의 모습에 신은 미워하지 못한다. 버리고 싶지 않은 희망을 붙잡고 싶어지는 토토다. 허나 그 희망 또한 너무도 아픈 신이다. 왜 사랑을 가졌을까하고 후회감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렇다면 죄인은 사실대로 답해라. 너는 아까도 말했지. 내게 사랑한다고 말한건 네가 아니라고. 네가 연기한 존재라는 거냐."

"맞습니다. 동시에 완벽하게는 맞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사유라는 제 일부를 바꿔서 만들어낸 다른 저니까요. 그렇기에 또한 그녀는 제가 아닙니다."

"그럼 그렇게 어느 의미로 모순적인 대답을 한 너는 지금 어느 쪽인거지? 아직도 무대 위에 선 연기자냐, 아니면 연극이 끝난 후 몰입한 인물의 감정이 남은 연기자냐."

"...... 후자 쪽 입니다. 그래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사유라라는 또 다른 저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아니, 그 아이는 아직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설령 당신이 자신에 대한 기억도, 그 마음들도 사라질지도 모른다 해도."

"허나 그건 네가 아니다, 만들어낸 존재다 라고 너는 말해왔지. 그리고 너는 날 사랑하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지?"

"네. 제게 있어 당신은 특별하지만, 사랑하지 않아요."

"정말 잔인한 말이군."

 

 

확연하도록 아까와는 다른 신의 목소리엔 체념이 담겨있다. 그래서 일까, 아니면 죄책감이라는 다른 이유에서일까. 신이 될, 소멸이 될 존재는 아까와는 다른 느낌의 대답을 한다. 그것에 지혜의 신은 확실하게 하기 위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여성은 미소를 지으며 잔인한 답변을 신에게 선사한다. 허나 잔인한 답변을 내뱉은 여성의 미소는 너무도 위태롭고도 슬퍼보여 토토는 팔을 뻗어 끌어안는다. 이기적인 인간에게 속아주려고 했던 신은 결국 그러지 못한다. 서로가 편해질 수 있는 결정을 하지 못한다. 그렇게 하기엔 너무도 늦어버렸다. 토토는 사유라를, 눈앞의 여성을 너무도 사랑하게 되어버린거다.

 

 

"그래도 상관없다."

"토토님, 무슨..."

"만약 네가 연기자라고 해도, 네가 사유라가 아니더라도... 나는 너를 계속 사랑할거다."

"......"

"거기다 아무리 봐도, 네가 날 속이려 해도... 네가 사유라가 아니었다고 생각할 수 없다."

"그것은 덧없는 환상이에요."

"그래도 좋다. 사랑은 인간도, 신도 미치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너란 존재 자체에게 사랑에 빠졌고, 미친거다."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신 스스로도 생각한다. 자신은 바보같은 짓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오만했던 과거의 자신을 토토는 비웃는다. 그 어떠한 감정들 중에서 가장 해서는 안될 감정이라고도 생각했던, 하지 않을거라 여겼던 감정을 가진 스스로에 신은 비웃는다. 지금의 선택도 어쩌면 후에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여기면서도 결국 물리지 않는다. 품 안의 여성이 아무리 잔인해도 사랑스럽고도 소중하게만 느껴졌다. 따스한 온기를 놓고 싶지 않았다.

 

 

"토토님. 저는 이기적이에요. 저는, 사유라는 당신이 사랑에 대해 가장 잘 알기에, 또한 그에 따른 아픔을 아는 존재이기에... 그런 당신이라면 괜찮을거란, 이겨낼거란 오만한 생각으로 욕심을 선택한 존재에요. 그런 존재를 당신은 사랑한다고, 계속 사랑할거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다면?"

"설령 그렇다해도 당신은 저를 잊을거에요. 아무리 당신이 위대한 신일지라도, 누구보다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어도, 누구보다 저를 이해한다하더라도 당신도 저를 잊을거에요."

"헛소리다. 그렇게 하도록 두지 않을거다."

"운명은 정해졌어요. 그러니까 어떠한 형태로든 서로를 잊는게 서로를 위한거에요. 그리고 저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바보같은 소리다. 그리고 그런 소리를 할려면 울지 말고 말해라. 전혀 설득력이 없다. 네코..."

 

 

그녀는 계속 그를 설득하려 한다. 신이 자신에게 얽매이지 않도록, 포기하도록... 허나 신은 물러나지 않는다. 그 완고한 태도에 여성은 한 번 더 잔인한 말을 한다. 그럼에도 토토는 속지 않는다. 품 안에서 그녀를 살짝 떨어뜨려 그 얼굴을 바라본다. 그러자 거기엔 자신이 사랑하는 '사유라'가 울고 있어, 그는 웃는다. 결국 진짜 그녀를 끌어낸다. 이름 모를 진짜 그녀도, 연기라고 했던 그녀도 함께인 자신을 사랑하는 '시와가리 사유라'를 신은 끌어낸다.

 

 

"왜 이런 선택을 하세요. 왜 속아주지 않으세요. 제가 얼마나, 얼마나 당신을 보내기 위해 애쓰는데..."

"할려면 제대로 해야했다. 나를 속이려면 평생 무리일거다. 이 어수룩한 네코야."

"당신은 누구보다 지혜로운 신인데도, 왜 저에게 매달리시는 거에요. 그냥 저를 이기적인 존재로 생각해서, 잊어서 행복해지면 되는데..."

"아까도 말했다. 그건 내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너도 알고 있겠지? 사랑은 위험하며, 아프며, 미칠 수 있게 만드는 거다. 그리고 그걸 넘으면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너를 포기하지 않을거고, 너를 붙잡을거다. 놓지 않을거다."

 

 

사유라는 토토를 나무란다. 질책한다. 그리고 그의 대답에 더욱 눈물을 흘린다. 바보같은 신에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결국 기쁨을 느낀다. 자신을 계속 사랑해줘서, 포기하지 않아줘서 사유라는 눈물을 흘린다. 인생에서 없었던 진정한 사랑을 받게 된다. 그렇기에 결심한다. 너무도 이기적인 결정을 내린다.

 

 

"토토씨, 고마워요. 이런 저를 계속 사랑한다고 해줘서, 붙잡는다고 해주셔서...“

“그만큼 너도 각오해라. 내 사랑은 무겁다.”

“알고 있어요. 그런 당신을 저는 사랑해요.”

 

 

사유라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에 두근거린 토토는 사랑스런 연인에게 키스한다. 조금씩 깊어지는 키스에도 그녀는 반항하지 않는다. 그리고 긴 키스가 끝난 후에도 보여온 사랑스런 미소에 토토가 안심한 순간이었다. 그의 몸이 땅에 주저앉는다. 갑작스런 일에 당황하는 신은 급히 그녀를 올려다본다. 그러자 거기엔 다시 눈물을 흘리는 사랑하는 이가 있었다.

 

 

“죄송해요. 토토씨... 저를 원망해도 좋아요. 저를 미워해도 좋아요.”

“무슨 소리냐. 너 설마 아직도...”

“역시 안돼요. 확신이 서지 않는 행복한 미래는 너무 위험해요. 설령 이 모형정원이 무너지지 않더라도, 제가 죽지 않아도... 저는 파괴신이 될지도 몰라요.”

“내가 찾아내겠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방법을!”

“...... 죄송해요. 저는 당신이 다칠지도 모르는 미래는 너무도 무서워요.”

 

 

자신에게 사과하는, 이기적인 결정을 내린 그녀에게 신은 외친다. 붙잡기 위해, 말리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그에 사유라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미소를 지은 채 작게 손을 움직인다. 그러자 그의 뒤에 학원에서 흔히 보이던 문이 생긴다. 끼이익하고 문이 열리고 그 너머는 이집트 신들의 세계였다. 직감적으로 그걸 알아차린 토토는 그녀를 애타게 부른다. 네코가 아닌 그녀의 새로운 이름으로, 이제는 너무도 당연한 이름을...

 

 

“사유라! 멈춰!”

“이별이에요. 토토씨.”

“너는 날 사랑하지 않은거냐?!”

“... 아니요. 사랑하기에, 너무도 사랑하기에... 저는 당신에게 있어 잔인하고도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거에요. ”

“내가 납득할거라 여기는거냐!”

“아니요. 그래도 괜찮을거에요. 당신과 제가 함께 한 시간은, 당신에게 있어 몇 초도 안 되는 희미한 세계니까. 그러니까 부디, 언젠가 행복해지세요.”

 

 

자신의 외침에 건내지는 답변들은 하나같이 이기적이었다. 그녀 멋대로 생각한 결론이었다. 그럼에도 그 미소는 너무도 사랑이 가득하고도 환한 미소이기에 토토는 눈물을 흘린다. 강제로 몸이 문의 안쪽으로 넣어져 갔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는 무언가 중얼거린다. 빛으로 감싸여져 신으로 변하며 그녀는 신에게 속삭인다. 닿지 않을지도 모르는 말을...

 

 

“사랑해요, 토토씨.”

 

 

그리고 그 말과 환한 미소가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다시 눈을 뜬 토토의 곁엔 그녀가 없었다. 사랑하는 이는 없었다. 곁에 다가오는 아누비스에게 그는 급히 일어나며 말한다.

 

 

“네코를 찾으러 간다.”

“네코? 고양이? 그거 이 근처에 잔뜩 있잖아?”

“무슨 소리냐. 사유라를 말하는 거다. 모형정원에서 함께한 녀석 말이다.”

 

 

위화감이 느껴지는 아누비스의 반응. 그리고 들려온 아누비스의 답변에 토토는 절망한다. 최악이고도, 잔인한 결말을 그는 알게 된다.

 

 

“사유라? 그거 누구야?”

 

 

그가 사랑한 ‘시와가리 사유라’는 죽었다는, 소멸했다는 결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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