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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톤의 시점입니다.

*드림주가 지하세계에 있는 설정입니다.

 

그녀가 지하세계로 온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많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를 처음 만났던 그 시간을 여전히 잊을 수 없다.

 

 

그녀는 처음에 모두를 피하고 늘 겁을 먹은 모습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하세계의 괴물들과 점점 친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포함해서. 다른 괴물들도 그렇겠지만 나는 그녀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꽤 마음에 들었다. 아니,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나에게 지상세계의 여러 가지를 많이 알려줬다. 인간들의 전설과 예술. 그리고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 넓은 세상들.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나는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었다. 그녀도 나와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종족이 달랐지만 사랑에 빠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청혼을 하였고, 그녀는 기쁘게 받아들였다.

나와 그녀는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하고, 위로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었다.

우리 둘은 무척 행복하였다. 그녀가 기침을 하며 쓰러지기 전 까진.

 

 

“메타톤. 이 꽃 아내에게 가져다 줘요. 분명 좋아할 거예요.”

 

토리엘은 웃어 보이며 나에게 정성스레 돌본 황금꽃을 한 아름 안겨주었다. 그 꽃을 받아든 나는 토리엘에게 몇 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올린 뒤 황금꽃을 바라봤다.

늘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에게 틀림없이 활력이 될 것이다. 황금꽃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오늘따라 무척 가볍다. 오랜만에 그녀의 미소를 볼 수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기는커녕, 더 아파지는 그녀는 웃을 수조차 없게 되었다. 나는 그녀의 옆에서 항상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꼭 끌어안아주고 볼에 입을 맞춰준다. 그러면 그녀는 정말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에게 사랑해요, 라고 속삭여준다. 나는 그 속삭임이 무척 좋다. 그리고 나도 그녀에게 말 한다.

‘나도 사랑해요.‘ 라고.

 

 

“자기. 이 꽃, 토리엘이 전해달라고 하면서 저에게 건네줬어요.”

“어머, 이건……. 토리엘이 가꾼 황금꽃 이잖아요?”

“자기가 얼른 낫길 바란다고 하며 준거에요.”

 

나의 말에 그녀는 대답 없이 살짝 웃으며 황금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꽃향기를 맡으려는 듯, 품에서 한 송이를 뽑아 코에 가져다 대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행복해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함께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중에 토리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꼭 하고 싶어요.”

 

한창 꽃향기를 맡던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말에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내가 살짝 우울한 표정을 지은 걸 눈치 챈 듯,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한 송이의 꽃을 내 귀에 꽂아주었다. 그녀의 행동에 나는 고개를 갸웃 거렸고 그녀는 웃으며 나에게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건네었다.

 

“그렇게 우울한 표정 짓지 말아요. 메타톤은 밝은 모습이 훨씬 더 멋지니까.”

 

그녀의 말에 나는 애써 웃어보였다.

 

그녀가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이제는 일어나 걷는 것, 식사를 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모습에 내 마음은 좋지 않았다. 나는 연예활동을 잠시 쉬고 그녀의 곁에 계속 있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그녀는 나의 의견에 반대하였다.

 

“메타톤, 당신이 어렵게 이룬 꿈이잖아요. 당신은 조명 아래에서 있을 때 가장 멋져요.

그러니까 활동 멈추지 말고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

 

아픈 와중에도 나를 생각해주는 그녀의 말에,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대신 그녀를 내 품에 안았다. 그녀가 나에게 기대어 새근새근 작은 숨을 내뱉었다. 그녀의 숨소리에 나의 마음은 겨우 안식을 되찾았다. 나는 품에 안은 그녀를 내려 보았다.

역시 그녀를 혼자 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예활동 같은 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내 품에 안긴 그녀는 언제 내 곁을 떠날지 모른다. 그녀가 지금 당장이라도 내 곁을 떠나 영원한 안식을 취할지도 모르니까.

…….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니까.

 

지하세계에서의 연예활동에 잠시 휴식을 가진 나는 그녀의 곁에 있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책도 읽어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병이 다 나으면 무엇을 할까, 하는 계획도 가졌다.

나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그녀는 생긋 웃더니 ‘꼭 조잘조잘 노래하는 아기새 같아요.’ 라고

말해주었다. 아, 그녀가 웃어준다. 그 미소에 보답하듯 나는 다시 입을 열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의 말에 하나하나 반응해주고 웃어주는 그녀가 사랑스럽다. 내 두 눈에 그녀의 모습을 찬찬히 새긴다. 언제 잃어버릴지 모르는 그 모습. 그 웃음. 그녀와의 미래.

잃고 싶지 않은 그 하나하나를 나의 눈 속에, 마음속에 새긴다.

하지만 늘 이렇게 즐거운 대화가 오가는 건 아니다.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함.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느껴져 오는 고통. 그녀가 가슴을 부여잡고 몸을 숙일 때 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녀를 꼭 안아주기만 한다. 지하세계의 약과 의사도, 마법과 과학도 소용이 없다. 내가 하는 일이라곤 고작 그녀를 안아주고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 뿐.

 

“……. 메타톤.”

 

침대에 누운 그녀가 나를 힘없이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대답 대신에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그녀의 눈동자가 나와 마주쳤다.

그 슬픈 눈동자가 나의 기계심장을 찔렀다. 나는 인간들처럼 감정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아프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눈을 계속 바라보면 분명 몸 안의 기계가

과부하 되어 망가질 것이다. 그녀도 나도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 침묵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째깍째깍 시계가 울리는 소리 뿐. 그렇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가 나의 이름을 작게 속삭여줬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다시 바라보았다.

창백한 피부. 마른 입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동자. 나는 남은 손으로 그녀의 뺨을 조심스레 감쌌다. 조금 차가운 피부가 내 손바닥 위로 느껴진다.

 

“……. 메타톤. 미안해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자기.”

“이제 당신과 함께 할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거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자기는 나랑 같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거예요. 당신이 말해준 인간세상의 동화책에 나오는 공주님과 왕자님처럼. 당신을 꼭 닮은 아이도 낳고……. “

“메타톤…….”

“그리고 파피루스가 만들어주는 스파게티도 먹고. 샌즈의 웃긴 이야기도 듣고. 언다인과 함께 피아노도 치고……. 알피스와 같이 애니메이션도 보고…….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요. 나와 함께.”

 

그녀는 나의 말에 힘없이 웃어보이다가, 이내 발작을 시작하였다. 나는 황급히 그녀를 일으켜

내 품에 안았다. 그녀는 가슴을 부여잡고 힘겹게 숨을 내쉬며 미친 듯이 괴로워하였다.

내 자신에게 화가 난다. 아픈 그녀에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안아주는 것뿐이라니. 괜찮다는 말도 나오지 않는다. 아니, 해서는 안 될 말 같아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가 내 품에 안겨

괴로워하다, 겨우 진정이 되었는지 편안한 숨을 내쉬기 시작하였다.

 

“자기……. 괜찮아요?”

 

나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그녀는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나는 그녀를 다시 침대에 눕혀주려고 했지만, 그녀는 내 품에 꼭 기대어 떨어지지 않으려 하였다. 나는 그녀를 조용히 내려 보았다. 그녀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자,

울음이 섞인 그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메타톤. 나 아직 죽고 싶지 않아. 파피루스랑 샌즈랑 함께 스파게티를 만들며 웃긴 이야기도 나누고 싶어. 언다인과 함께 피아노를 치고 노래도 부르고, 알피스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며

웃기도 하고……. 그리고……. 그리고……. “

“자기…….”

“그리고……. 메타톤을 닮은 예쁜 아이도 낳고 싶어. 메타톤이랑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어.

나 진짜 죽기 싫어. 메타톤을 혼자 남겨두고 떠나기 싫단 말이야. “

“그래요. 자기. 나랑 함께 행복하게 살아요.”

 

말을 마친 나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는 내 품에 기대에 울음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등을 토닥여줬다.

 

겨우 진정된 그녀를 재운 나는 서 있던 자리에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무리 기계라지만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었다. 그녀를 감당하는 게 힘들다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상황이,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녀가 내 곁을 일찍 떠난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 나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눈을 꾹 감아도 인간들처럼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

분명 내 몸속의 기계는 울고 있는 거 같은데. 내 피부는 딱딱하고 차갑기만 하다.

나는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황금꽃 자수가 놓인 두터운 이불을 덮고 새근새근 숨을 쉬고 있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편해진 모습이 내 울렁이는 기계들을 진정시켜 줬다.

그녀가 덮고 있던 이불을 거두고 침대에 올라 그녀의 곁에 누웠다. 늘 그랬듯이 오늘 밤에도 함께 누워있고 싶었다. 로봇은 인간들처럼 잠을 자는 건 아니지만 나도 그녀를 따라 잠이 들고 싶었다.

 

눈을 뜨고 있지만, 꿈을 꾸는 거 같은 느낌이다. 그녀를 처음 만났던 날, 처음 입맞춤을 하던 날. 청혼을 하고 함께 지낸 첫날 밤. 분명 행복한 추억들만 가득한 거 같은데 왜 슬픈 느낌이 드는 걸까. 눈물이 나올 거 같은 느낌이 들어 손을 들고 내 뺨을 만져 보았다.

하지만 내 피부에서 흐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차갑고 딱딱하기만 한 몸 대신에 내 안에 깊이 심어진 영혼이 대신 울어주면 좋으련만. 영혼마저 메말라 버리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 가는데 내 몸도, 영혼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니. 울지 못하는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 이렇게까지 내 자신을 미워했던 적이 없었는데. 나는 침대에 놓인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내 손길을 느낀 건지, 그녀는 가늘게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 메타톤?”

“미안해요, 자기. 내가 혹시 깨운 건가요?”

 

그녀는 메마른 입술을 힘겹게 당겨 나에게 미소를 보이며 내 품에 파고들었다.

나는 그 행동에 보답하듯, 두 팔을 벌려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그녀의 몸이 점점 차가워진다.

내 피부 하나하나가 그녀의 온기에 반응을 한다. 내 기계심장이 덜걱덜걱, 불안한 기운을 감추지 못한다. 그녀는 점점 삶에서 멀어져간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이름을 몇 번이고 속삭였다. 기계가 과부하가 되어 목소리가 울린다. 온 몸이 망가져가는 기분이 든다. 죽음이라는 게 이런 기분일까?

그녀는 나의 속삭임에 몸을 조금씩 움직인다. 그녀의 반응이 나의 온 몸에 퍼져간다.

 

“메타톤…….”

 

힘겨운 속삭임에 나는 품에 안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꺼져가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웃어주고 있었다. 나도 그녀에게 웃어보였다. 슬픈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그녀의 마지막 기억 속에서 멋진 모습으로 보이고 싶으니까. 지하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멋진 슈퍼스타 메타톤의 모습으로. 그녀는 힘겹게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메타톤……. 고마웠어요. 그리고... 사랑해요.”

 

그녀의 마지막 숨결이 나의 몸을 감싼다. 나도 사랑해요, 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는다. 나는 사랑한다는 말 대신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겹쳤다.

그녀가 더 이상 나의 말에 몸짓에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차가워진 그녀의 입술을 놓지 않았다.

 

……. 그렇게 그녀는 나의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였다.

 

 

 

그녀의 장례식은 무척 소박하였다.

은색 관에 놓인 그녀는 금방이라도 눈을 뜰 것처럼 누워있었다. 토리엘은 그녀가 홀로 어둠속으로 들어가면 춥고 외로울 거라고 하며 정성스레 가꾼 황금꽃을 잔뜩 넣어줬다. 다른 괴물들도 그녀가 외롭지 않길 바란다며 작은 풀과 인형들을 하나둘씩 넣어줬다.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다가왔다. 나는 영원한 잠에 빠진 그녀에게 입을 맞춘 뒤 차마 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여줬다. 그녀가 듣고 있다면 좋을 텐데.

 

장례식이 끝난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누워있던 침대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나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늘 이렇게 앉아서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침실 문 너머로 그녀가 웃으며 돌아올 것 같다. 아니, 지금 그녀가 내 곁에 있는 기분이다.

그녀는 없는데. 홀로 춥고 외로운 지하로 들어갔는데. 인간들이 말하는 ‘외롭다’라는 느낌이 이런 느낌일까……. 나는 힘없이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알피스의 실험일지 ???번째-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메타톤도 눈을 감았다. 나는 그녀의 관이 있는 곳 바로 옆에 메타톤을 묻어줬다. 이걸로 잘 된 걸지도. 그녀는 더 이상 홀로 있지 않아도 되고, 메타톤은 다니 그녀를 만났으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알피스의 실험일지 ???번째-

오늘도 메타톤과 그녀의 묘에 다녀왔다. 그 자리에는 알 수 없는 하얀 꽃이 하나 피어있었다.

지상세계에서 흘러 들어온 꽃의 씨앗이 여기에 자리를 잡은 거겠지.

 

-알피스의 실험일지 ????번째-

참으로 신기하다. 그 묘지에 피어난 꽃은 시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아졌다. 나는 수많은 꽃들 중 하나를 꺾어 실험실로 가지고 왔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과 도서관의 책들을 전부 살펴보았지만 꽃의 이름은 알 수 없었다. 나는 꽃잎을 하나 떼어낸 뒤 실험을 해보았다.

꽃잎의 안에 작지만 인간의 영혼으로 추정되는 물체와, 내가 전부터 알고 지냈던 이의 영혼도 함께 들어있었다.

실험 기록이 망가질까 억지로 울음을 참아내었다. 하지만 내 의지와는 다르게 눈물이 방울방울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알피스의 실험일지 ????번째-

나는 꽃에 이름을 붙였다. 비록 영혼이더라도 함께 하고픈 마음,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다짐.

이 꽃을 이렇게 부르자. ‘의지’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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