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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제 살아있는 육신이 거추장스러운 듯이 굴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때로 그는 분명히 피가 흐르고 호흡이 필요한 주제에 본질이 유령인 양 몸뚱이를 짐처럼 방치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엘리너는 그의 팔뚝에 번진 멍과 채 아물지 않은 찢긴 상처를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외출에서 돌아온 그가 상처를 얻어오는 것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지만 이런 식으로 그 상처를 고스란히 내버려두는 것은 여상히 넘길 수 없었다.

 

“왜 또 치료는 안 하시는 겁니까.”

“응급처치는 끝났다. 곧 나을 거야. 굳이 마법을 쓸 것도 없다.”

 

엘리너는 세베루스의 말에 반박하는 대신에 그의 팔목을 붙들었다. 손가락 아래에서 힘줄이 움찔 긴장했다가 도로 늘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저항하지 않는 그 몸을 붙들고 상처를 치료한 후 붕대를 감았다. 그 시간 내내 검은 시선이 머리 위에 박히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 그가 얇은 입술을 달싹여 할 말도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아마,

 

“쓸데없는 짓을 하는구나.”

 

쓸데없는 짓을 하는구나. 정확히 맞아떨어진 예상에 비뚜름하게 웃고 고개를 들었다. 어차피 늘 듣는 말이었고, 이제 와서 특별한 감상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하는 대신 가만히 입술을 내려 흰 붕대 위로 스치듯 입을 맞췄다. 상처를 누를까 거의 닿지도 않은 접촉이었다. 또 쓸데없는 짓이구나, 스스로를 비웃듯 속으로 생각했다. 정작 상대는 그녀에게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팔을 거두고 걷어 올렸던 옷소매를 내려 정돈했을 뿐이다. 그런 세베루스를 보다가 엘리너는 앉아있던 안락의자로 돌아가 침묵 속으로 가라앉듯이 몸을 기댔다. 시야의 끝에 계속 남자가 머물렀다. 문득 생각의 타래가 밀려들었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꾼 꿈처럼 익숙하면서도 늘상 새롭게 목구멍을 쿡쿡 쑤시게 하는 생각이었다.

 

당신은 스스로를 아끼지 않지. 생채기가 나든, 멍이 들든, 아니면 다리가 부러지고 배에 구멍이 뚫려도 그래야만 한다면 몸뚱이를 내걸 거야. 그건 아마 당신의 생명은 그 몸에 깃들어있지 않기 때문일 터다. 당신의 생명은, 삶은, 오래전에 끊어져 백합 아래 잠들어 있는 거야.

 

한때는 내가 당신에게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달콤한 몽상, 어리석기 그지없는 희망이었다. 그런 일이 가능할 리 없었는데. 백합꽃으로 짓눌린 당신의 관을 열고, 동화처럼 마법의 키스로 당신을 깨울 수 있으리라 생각이라도 했던 걸까. 현실은 달라서, 키스에 마법은 깃들지 않았고, 당신은 스스로 당신의 관 위에 백합을 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한낱 관지기도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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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의 시간이 우울로 점철된 것은 아니다. 당신과 나는 의미 없는 잡담을 나눈다. 빈정거림을 섞어 함께 형편없는 논문을 흉본다. 커다란 책상에 마주 앉아 과제를 채점한다. 나는 때로 입꼬리를 올려 웃고, 당신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을 건다. 드물게 당신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간다. 손이 스친다. 양피지 위로 겹쳐진 창백한 손가락에 내 손끝이 부딪치면 나는 모르는 척 당신의 손톱 위로 내 지문을 덮는다. 톡, 톡, 그리고 다시 톡, 결국 당신이 못 이기고 내 손을 잡았다 놓을 때까지. 그러면 나는 당신을 보고 의기양양하게 웃는다. 당신은 한숨을 쉰다. 마치 철없는 연인을 보는 것처럼.

 

그리고, 다만. 이 모든 것이 의미 없음을 우리는 둘 다 알고 있다. 당신의 영혼 안에서 타올라야 했을 불꽃은 없고, 그 안은 그저 어두울 뿐이다. 걷고, 말하고, 먹고 마시고 화내고 때로 웃지만 당신은 속이 썩어 들어간 고목일 뿐이다. 당신의 태양을 잃고 과거에 뿌리 내린. 내가 당신을 두드리면 빈 껍질은 몇 번이고 소리 내어 울리지만 그건 나를 위한 대답이 아니지. 그걸 알면서도 끝끝내 메마른 나무껍질에 뺨을 기대고 빈 틈 사이로 속삭이는 나는 영락없는 천치다.

 

무엇보다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당신을 이 모호한 죽음에서 깨워낼 수 없다. 당신은 내가 옆에 머무르는 걸 용인하고, 어쩌면 나를 필요로 하지만, 아마도 분명히 나를 아끼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내 부름에는 결코 답해주지 않는다. 한때는 당신이 나를 어디든 데려다줄 것 같았다. 그 후엔 당신을 안고 어디든 데려가고 싶었다. 지금은 당신이 움직이지 않으리라는 걸 안다. 나도 그렇다. 당신이 흘린 죽음에 너무 오래 적셔진 내 발은 무딘 발끝으로 비틀거리며 제자리걸음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사슬에 매인 개처럼 나는 당신의 주변을 맴돈다. 당신은 죽음에 흠뻑 젖어있는데도 향기롭다. 곱다. 결국 나는 웃으면서, 그림자에 발을 담근 채 당신의 굳은 뺨에 입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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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당신의 계획을 온전히 알았을 때 나는 절망했었나? 좌절했나? 그보다는 분노했던 것 같다. 어차피 당신이 릴리 에반스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남겨질 내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도 그리 새로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당신이 정말로, 정말로 이곳을 떠나 사라진다는 건 참을 수 없었다. 그러니 이대로 당신이 나를 떠나게 둘 수는 없다. 내 일방적 욕심이라고 해도.

 

당신이 죽어있음을 수용하는 것이 당신의 또 다른 죽음마저 용납한다는 뜻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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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웠다. 이번만은 세베루스가 아니라 그녀 자신의 죽음이 발치를 적시고 있었다. 흐릿해졌다가 트이기를 반복하는 시야로 세베루스가 표정 없이 연신 주문을 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잠깐 빌려 입었던 그 얼굴과 지팡이가 제 주인에게 돌아간 것을 지켜보는 기분은 생각보다 묘했다. 엘리너는 천천히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부스러지는 재처럼 창백한 낯에 걸린 피투성이 미소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제 자리에 꼭 맞아 떨어졌다. 세베루스가 가만히 손을 들어 미소로 가볍게 당겨진 그 뺨을 쓸었다. 그녀의 살갗에 닿는 감촉은 서늘했다. 밤공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왜 그랬느냐.”

 

나직하게 묻는 가라앉은 목소리가 낯설었다. 엘리너는 자꾸 내리감기는 눈꺼풀을 아닌 척 치켜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이를 악물고 있는지 그의 턱이 도드라지게 굳은 것이 보였다. 손을 들어 그 선을 쓸어내리려다, 힘이 들어가지 않아 내버려두었다. 대신 눈길로 그의 얼굴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화나셨군요. 그럴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왜 그랬냐고 물었다만…됐다, 입 다물고 있어라.”

 

엘리너가 한참을 조용해도 세베루스는 답을 추궁하지 않았다. 그저 신경질적으로 지팡이를 왼손으로 바꿔 쥐고 남은 손으로 그녀의 상처 위를 꾹 눌러 압박하기 시작했다. 조금 숨이 막혔지만 적어도 목줄기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보다는 숨 쉴 만 했다. 목을 감싼 세베루스의 손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원래대로였다면 제가 당신을 살리려고 애쓰고 있었겠죠.”

“내가 입 다물라고-”

“그게 싫었을 뿐입니다. 그냥…이번에도 당신이 죽는 게 싫었어요. 그뿐이에요.”

 

기침을 하자 목 안에 고였던 핏물이 거품과 섞여 입 밖으로 주르륵 흘러넘쳤다. 혀 위로 녹슨 맛이 찝찝하게 머물렀다. 세베루스가 진통 마법이라도 썼는지 이제 상처는 손바닥을 대고 큰 북의 울림을 느끼는 것처럼 간혹 쿵, 하고 퍼지는 무딘 통증만 남아 있었다. 목을 누른 그의 손 아래에서도 피가 계속 흐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나는 곧 죽겠지. 그리고 내가 죽어도 당신에게 닿지는 못할 거야. 내가 맛볼 죽음과 당신이 맛보고 있는 죽음은 다르므로. 그러나 당신과 나는 어차피 온전히 같이 있을 수 없었다. 이제와 아쉬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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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죽어 있었죠, 당신은.”

 

거의 무례하게 들리는 말에 세베루스는 미약하게 눈썹을 들어올렸다. 그의 손은 여전히 하릴없이 엘리너의 목덜미를 꾹 누르고 새어나오는 핏줄기를 막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대리석에 손을 감은 듯 점점 더 서늘해지는 피부의 감촉과 그 위로 질척하게 엉기는 비릿한 온기, 죽어가는 나방의 날개가 떨리듯이 미약하고 불규칙적인 박동이 뒤섞여 손바닥의 감각이 뒤죽박죽이었다. 끊임없이 주문을 걸어도 깨진 틈으로 새어나가는 그녀의 생을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멈춰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당신이 살고 싶어 하지 않았던 걸 알아요. 그러니까 이건…제 욕심이었던 거죠.”

 

엘리너는 여전히 흐릿한 눈길을 한 채 제멋대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얘기를 들어줄 정신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 정말 듣지 않을 수는 없었다. 늘 그랬듯이, 그녀의 목소리는 멋대로 그를 붙들어 엉뚱한 곳에 매어두었다.

 

“말 하지 말거라. 지금도 피가 역류할 텐데―”

“이제 그만 두세요, 교수님. 저는 괜찮습니다.”

 

반쯤 공기가 섞여 색색거리는 작은 목소리는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 목소리에 역력한 피로의 기색조차 낯설었다. 사실은 그동안 수없이 그 마모의 전조를 느꼈으면서도 억지로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자신은 역겹도록 이기적이었기에.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조금만, 얼마나? 된다고? 무엇이? 스스로도 믿지 않는 말을 건조하게 내뱉는 동안 머릿속의 목소리는 반대로 되물었다. 너도 알고 있지, 이미 늦었어. 이 아이를 살리는 건 무리야. 그녀는 네 죽음을 대신 목구멍에 쑤셔 넣었지. 너에게는 구원이었겠지만 그녀에겐 오직 독이었을 그것을.

 

내가 제대로 내 삶을 살지 않는 걸 네가 싫어하는 줄은 알고 있었다. 가끔은 부러 네 앞에서 무덤처럼 갈라진 상처를 내보이고 전전긍긍하는 너를 보며 오만한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하얀 네 손가락을 쥐면, 아주 드물게, 이대로 네 눈가에 입 맞춰 네 눈빛에 고인 열망을 마시고 손과 손을 엮은 채로 함께 달아날까 생각해본 적도 있다. 그러나 결국 나는 도로 네 손을 놓고 우리는 그늘 속에 머물렀지. 나는 지나치게 이기적인 인간이라 네 옆에 온전히 머무를 수도 없는 주제에 네가 내 곁에서 시들어가는 것을 내쫓을 수 없었다. 어차피 기한이 정해진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조금만 더.

 

이건 너를 달래는 말일까. 아니면 애원인가? 너는 웃고 있다. 그리고 울고 있다. 이토록 창백한 너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네 얼굴은 늘 희었지만, 지금의 너는 한 줌의 핏기마저 흩트리고 흰 베일로 살갗을 싸맨 것 같다. 그런 얼굴을 하고서 내게 그만두라고 말하고 있다니.

 

“…제발, 엘리너.”

 

입 밖으로 빠져나온 말은 숨이 찬 듯이 비틀거렸다. 세베루스는 고개를 숙여 엘리너의 이마에 이마를 맞댔다. 그녀의 가는 숨결이 안개처럼 그의 입술에 번졌다. 자꾸만 사그라지는 그녀를 붙드는 일은 마치 허공에 날리는 거미줄을 잡으려 하는 것 같았다. 반짝이는 실에 몇 번이나 헛손질을 하다가 쥐었다고 생각하면 끊어져버리지.

 

너는 이런 기분이었나, 지금까지? 이렇게 무력하고, 비참하고. 이렇게, 이렇게, 아.

 

“제발…….”

 

가지 말거라. 손에 닿은 맥이 점점 꺼져가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속삭일 수밖에 없었다. 가지 말거라. 다시, 그리고 또. 제발 가지 마. 물론 그녀가 알고 있듯이, 그 또한 그 말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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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베루스는 천천히 손에 힘을 풀었다. 쿨쩍, 피에 젖은 손바닥 아래에 공기가 파고들며 기분 나쁜 소리가 났다. 반대편 손도 힘을 빼자 느슨한 손아귀에서 검은 지팡이가 미끄러지다가 툭, 엘리너의 펼쳐진 망토 자락으로 숨어들었다. 제 몸보다 한참 헐렁한 검은 옷은 수의였다. 세베루스는 미약하게 입꼬리를 비틀었다. 본래라면 맞지도 않는 남의 옷을 걸친 꼴이 우스꽝스럽다고 비웃으며 소매라도 접어줬을 텐데.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었다. 엘리너 퀼은 다시는 아무 것도 쥘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그의 손목을 쥐었다. 정확히는 그가 잡혀주었다. 차라리 지팡이를 놓고 제대로 그 손을 잡아줄 것을, 미련을 버리지 못해 손가락을 비워주지도 못했다. 그때엔 숨이 막혀 주문을 욀 수도 없었는데. 그냥, 채 걷어 올리지 못한 소매 위로 뻣뻣한 손목을 내려놓았다. 검은 천 아래 뼈처럼 새하얀 손끝이 안간힘을 쓰며, 그러나 더없이 약한 힘으로, 짧게 그의 손목을 쥐었다가.

 

세베루스. 저는….

 

이름 한 번. 잇지 못한 단어. 그것이 끝이었다.

 

가만히 그 순간을 반추하다가 열기가 엉긴 듯이 답답한 눈가를 쓸었다. 불현듯 시작해서 그를 귀찮게 했던 눈물은 이제 멈춰서, 엘리너의 얼굴을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망자의 얼굴은 그믐 전날의 달처럼 파리했다. 돌처럼 감긴 눈꺼풀 아래로 말라붙은 눈물 자국이 희미하게 번들거리고, 입가에는 피거품이 말라붙어 있었다. 무심코 오른손으로 그 입술을 쓸자 핏자국이 붓질처럼 번졌다. 개의치 않고 그는 손을 옮겨 그녀의 눈가 또한 쓸어내렸다. 얼굴 옆으로 흘러내렸던 눈물자국은 곧 가려졌다.

 

쓸데없는 짓이었다.

 

몇 번이나 눈을 깜빡이고, 너의 옷자락을 정돈하고, 망토로 피투성이 목을 닦아낸다. 닦아도 이미 살갗의 가느다란 주름 사이사이로 스며든 핏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냥 네 머리칼을 매만진다. 습관처럼 계속 계속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트린다. 그리고 그 기만을 더는 견딜 수 없게 되었을 무렵, 나는 느리게 너의 위로 몸을 숙였다. 수의 대신 검은 옷을 휘감고, 관 대신 낡은 판자 위에 누운 몸 위로 그림자를 기울인다. 검은 망토가 정적처럼 흘러내려 너를 감싼다. 나는 너의 푸른 뺨 위로 검은 베일처럼 머리칼을 드리운 채, 멈춰 선다. 눈을 감는다. 오래도록 숨을 줄이고, 조금 몸을 떨었다가, 그리고 고개를 낮춰 네게 키스한다. 긴 망설임 끝에 닿은 입술은 차가웠다. 숨 없이 다물린 네 입술 위로 숨결이 닿는 순간, 나는 이제 내 남은 시간이 영영 너의 죽음에 매였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의미에서 너는 기어이 나를 살려냈다. 그리고 다른 죽음으로 내던졌다.

 

너의 비석이 이제 내 비석이 되고, 네 매장이 나의 매장이 되겠지. 네가 원하지 않은 일이었으리란 것을 안다. 너의 끝은 이미 그 자체로 완전하고, 이런다고 너와 다시 닿을 수 없다는 것도. 그러나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네가 없는 너의 죽음의 그늘 아래에서, 그저 이것만이 분명했다―그리하여 이전에도 이후에도, 죽음만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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