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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내일이 너의 마지막이라면, 너는 뭘 하고 싶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질문이었다. 대체 무슨 대답을 바라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그에 대한 답도 잘 모르겠는 그런 질문. 묻는 이의 의도를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질문은 오랜만이었기에, 나는 천천히 질문을 곱씹었다. 내일이 마지막이라면. 나는 아마도.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잠들겠지. 그렇게 대답을 하면 너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가 다시 올려 나를 바라봤다. 어딘가 애절한 듯한 눈빛이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혹시, 그 안에 나는 없어?”

 

   아, 나는 그제야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건지 깨달았다. 여전히 애타는 마음이다. 여전히, 올곧게 애원하는 마음이다. 나로 하여금 너를 알 수밖에 없게 만드는 너. 나를 향하는 행동이나, 시선이나, 단어 하나하나가 저는 이토록 나를 원하고 있다고 바닥부터 내 쪽으로 손을 뻗는다. 없어. 아마도, 없을 거야. 내가 내린 결론은 그러했다. 아마도 그 안에 마츠카와라는 존재가 들어있지 않을 것 같았다. 나조차도 나를 넣기가 힘든데, 그 안에 너를 끼워 넣을 공간이 마땅히 남아있을까.

 

   죽음. 참 어렵고도 쉬운 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나이 대에는 별로 생각하지 않지 않나? 뭐, 그래도 굳이 생각을 해보자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한다. 죽는다면,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그렇다면 너를 만나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좋아하는 걸 하면서,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걸 먹는 거야. 내 마지막은 그렇게 된다면 분명 행복한 마지막이겠지. 너의 대답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마츠카와 잇세이는, 그런 평화주의자라고 생각하니까.

 

   “대답, 안 해줄 거야?”

 

   익숙하다는 듯이 입가를 엄지로 가볍게 쓴 그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이 따갑다는 건 분명 이런 거겠지. 나에게 대답을 강요하고 있었다. 굳이 상처받을 거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꿋꿋하면서도 단호하게 나를 바라봤다. 나를 잔인한 사람으로 만드는 건 분명 너도 한 몫을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에게 굳이 이런 역할을 떠맡기지는 않을 거다.

 

   “아, 비온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일부러 화재를 돌렸다. 우연찮게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던 건 정말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주르륵 떨어지는 게, 아 꽤나 우울함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비도 오는데 얼른 집에 갈까. 마시던 커피 잔을 내려놨다. 이미 한참이나 지나서 온기를 잃어버린 커피였다. 이제는 향마저 날아간 것 같았다. 아, 맛이 없네. 헛웃음이 나왔다. 푸스스 작은 웃음을 흘리고 나서는 다시 시선을 들었다. 너는 내가 밉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답을 회피한 내가 꽤나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한 번 피하면, 다음까지 시간 오래 걸린다는 거 잘 알고 있잖아.”

   “…알아, 아는데. 욕심 한 번만 부려보려고.”

   “답지 않네.”

   “그런가.”

 

   오늘따라 끈질겼다. 정말로, 마지막이라도 되는 사람처럼. 아, 어쩌면 정말 소설처럼. 오늘이 그의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아, 마지막이니? 그렇기에 그토록 애타게 고집을 부리며 내 대답을 고수하는 거니? 그렇다면 나 또한 너를 바라보면서 너를 동정해야, 그래야 너는 만족할 거니? 동정은 바라지 않을 텐데. 보이지 않게 입술을 깨물었다.

 

   “마지막이라면, 너와 함께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굳었던 입술을 풀고서 애써 웃음을 만들어냈다. 웃음을 만들어내는 건 익숙하니까. 그러니까 아마도 이 웃음은 그에게 있어서 위화감이 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쁘지 않겠지. 너와 함께. 뚝뚝 끊어진 단어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그 말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친절이었다. 아, 그래, 아주 최대한의 동정인 셈이다. 그가 웃었다. 보이지도 않는 것 같은 작은 웃음이었다. 그걸로 만족하니? 물을 수 없었다.

 

   “데려다 줄게.”

   “어?”

   “비오잖아.”

 

   그는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웃고 있었다.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손을 잡았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마지막이었다면 차라리 같이 비라도 맞아볼 걸 그랬다. 그치? 닿지 않을 말이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그 질문은 아마도 자신에게 해당되기라도 했는지 그는 자취를 감췄다.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전화도, 메일도, 집마저 비어있었다. 어딘가 멀리 떠나버린 것 같았다. 그의 소식을 접하게 된 건 그로부터 한참이나 지난 일년 뒤였다.

 

   알고 있었어?

 

   누군가 그렇게 물었다. 질문을 던진 사람은 잘 떠올릴 수 없지만 아마도 오이카와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아마도 나에게 전력을 다해서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받지 못했다. 바보 같지. 정말로. 고개를 저었다. 몰랐어. 나도 예상하지 못했어. 그럴 줄은 정말로 몰랐어. 그런 소설 같은 이야기가, 나에게 벌어질 줄 누가 알았겠어? 헛웃음이 나왔다. 눈가가 아려왔다. 따끔따끔 거리는 눈가를 손끝으로 눌렀다.

 

   눈은 아려오는데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떠나놓고서는 내 앞에 돌아왔을 때 더 이상 그는. 말을 삼켰다. 아, 이미 한참 전에 떠났다고 한다. 우리가 알게 된 건 그 후의 이야기였을 뿐이다. 정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떠난 모양이었다. 이상하다. 난 그의 선택이라면 분명히 존중했을 텐데. 그는 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죽었다고 한다. 그가.

 

   내가 사랑 비슷한 무언가를 느꼈던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고 한다. 이제는.

 

   나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눈을 가렸다. 어쩐지 그의 이름을 듣는 게 괴로웠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겨우 그 말로 그가 만족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후회를 했다. 말을 했다면, 동정이라도 사랑한다고 말을 했을 텐데. 그는 그걸 바라지 않은 모양이야. 누구에게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을 말이니 그건 그냥 혼잣말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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