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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개 급 마무리주의

*사망주의

 

 

 

   뉴욕에서의 일이 마무리되고 며칠이 지났다. 자비스를 통해 찾고 있던 사람의 소식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름만 봤을 땐 그저 이름만 같은 사람이겠거니 했지만 바로 옆에 뜨는 사진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후원해준 덕분에 대학을 가서 찍은 사진이 있었다. 해맑게 웃는 얼굴을 보며 뉴욕에서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구멍 뚫린 하늘에서 외계인이 쳐들어와 사람들을 죽이려 들 때. 엄마 잃은 아이를 품에 안은 체 공격을 피하며 뛰어가다가 넘어져 끝까지 아이를 보호하던 모습을. 구해주고 피하라 말하니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보겠다던 녀석의 모습을.

   그 후론 볼 수 없었다. 아마 뉴욕 사건의 이후로 연락이 안 돼 혹시나 싶어 자비스에게 찾아보라고 했었다. 그때의 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불안 장애에 스트레스에 작업실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그러면서 떠올라서 나는 이렇게 지내고 있는데 나의 후원자는 잘 지내고 있을까 하고 떠올려서 찾은 거였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현재 스타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체 작업실에 앉아있다.

   밤이나 낮이나 작업실에서 멍하니. 잠이라도 오면 좋으려만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피곤함은 계속 이어지지 않고 자비스의 말에 대답도 대충 하며 작업실 옆 냉장고에서 음식만 꺼내 먹으면서 은둔형 외톨이 생활은 이어졌다. 여기저기서 오는 연락은 일부러 받지 않았고 먹고 누워있고 자비스의 말에 대충 대답하고 과거 회상이 그의 일과였다.

 

   [괜찮습니까.]

   “그래. 멀쩡해.”

   [며칠째 밖에 나가지도 않고 먹고 누워있기만 하시는군요.]

   “나가서 일하지 않아도 돈은 벌 수 있으니까.”

   [계속해서 오는 연락도 받지 않고 있잖습니까.]

   “시끄러워.”

 

   스타크는 전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누웠다. 눈을 감으면 눈앞에서 자신을 보며 토끼 눈을 하고 연신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됩니다라고 거절만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할 수 있는 것 뭐든지 다 해주겠다는데 뭐가 불편한지 연신 거절만 하는 것인지. 불만이었지만 이젠 그것마저 그리웠다. 스타크는 생각나는 것들을 순서 없이 정리했다.

   류 후. 입양돼서는 칼릭스 오프리라는 이름을 썼다. 동양적인 외모. 자신과 비슷한 큰 키네 반대로 빼빼 마른 몸. 매일 저 스스로 문구용 가위로 잘라서 머리카락은 엉망. 앞 머리카락도 삐뚤빼뚤했지만, 본인은 신경을 쓰지 않아 했었다. 유행 지난 후줄근한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다녔었다. 혼자가 되면 우울해 하는 얼굴이지만 자신이 만나러 가면 활짝 웃으면서 이어지는 곤란한 얼굴로 바뀌었다. 어린 나이에 입양되었고 새로운 가족과 행복하게 살지만, 그것도 몇 년뿐. 가족들을 잃고 사람들의 시선을 극도로 피하고 단칸방에서 반려묘 세 마리와 함께 살았었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가 자신이 쥐여준 카드를 왜 사용하지 않았나 하고 잔소리를 하고 찾아가지 못할 때는 어떻게 지냈나 모든 정보를 해킹해 트위터 계정을 찾아내도 고양이 사진만 줄줄이 올라오고 그랬었다.

   그저 모든 것은 과거형으로 끝날 수 밖에 없었다. 전신 의자와 한 몸이 될듯한 늘어짐에 눈을 떴다. 눈앞에 보이는 밤새 조립하다가 만 어딘가에 부품. 나사와 너트가 눈에 들어왔다.

   딱 한 번 작업실로 초대한 적이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마친 류를 데려와 집안 구경도 시켜주고 종류별로 나열된 차를 가리키며 원하는 걸 준다며 자랑도 하고 작업실로 데려와 아이언맨 슈트도 보여주고 부품들을 보여주며 조립하는 것까지. 좁진 않지만 어두운 것을 싫어할까 걱정되었지만 자비스에게 말해 강하게 튼 조명 덕분인지 무서워하지 않고 잘 있다 갔었다. 자고 가라던가 같이 살래? 스타크 타워는 어때? 라고 말했을 때 얼굴이 빨개진 체 당황해하며 거절 당했었던 것이 떠올라 짧게 숨을 뱉어냈다.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모습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 같은 목소리에 스타크는 몸을 일으켰다. 작업용 책상 위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리는 스마트폰을 손에 쥔 체 바라보았다. 여러 개의 메일을 확인하니 자신이 후원해주었던 류의 이야기를 하며 후원이 중단되었다는 내용이 적혀있어 속에서부터 울컥해왔다. 입으로 숨을 쉬고 있지만 제대로 쉬는 것인지 점점 답답해졌다.

 

   [진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호흡이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래. 진정….”

 

   스타크는 입안에 고인 침을 겨우 삼키고 자비스의 말을 리듬처럼 겨우 숨을 진정시켰다. 우울증에 걸렸더니 별일을 다 겪는구나. 잠을 못 자는 것부터 맨날 누워있고 집중도 제대로 못 하고 전과 다르게 미친 듯이 먹는 것도 그렇고. 자비스의 목소리와 다른 목소리가 겹쳐 들리기까지 했다. 우울증이라고 귀에 박히도록 말하는 자비스에게 그만두라고 스타크는 말했다. 자비스의 목소리가 끊기자 익숙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할 수 있는데 까진 해볼래요.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들렸다.

 

   미스터 스타크도 하고 있잖아요.

   “경찰과 군인한테 맡겨.”

   저는 사람을 구하는 공부를 하고 있어요!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도망을 칠 수가 있겠어요?

 

   그때와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지금에서야 다른 말을 한들 상황이 변할 리 없는데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 리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스타크는 다른 말을 이었다. 들려오는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점점 생생하게 들려와 분명 자신은 작업실에 있었을 터인데 어째서인지 뉴욕 한가운데 서 있었다. 구멍 뚫린 하늘. 무너지는 건물. 사람들의 비명과 무너지는 건물 소리. 그 가운데 스타크와 류가 있었다. 평소에도 자기 마음대로였지만 그날은 어째서인지 마음대로 하라고 말하며 나중에 만나자는 말과 함께 각자의 일을 했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안돼.”

   나중에 만나면 되잖아요.

   “지금은 무조건 내 말대로 해!”

 

   바로 옆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 눈을 찡그렸다. 정신을 차리니 작업실이었다. 아니. 처음부터 계속 작업실에 있었다. 조금 전 눈앞에 보인 것이 진짜가 아니었을 뿐. 숨을 겨우 내뱉으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금 전까지 들고 있던 스마트폰은 내팽개쳐진 체 액정이 깨진 체 바닥에 떨어져 있다.

 

   [괜찮습니까 Sir]

   “물론? 어. 그래…. 괜찮아.”

 

  자비스의 말에 대충 대답을 하던 스타크는 저도 모르게 내팽개쳤던 스마트폰을 주워 작업용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액정은 금이 가다 못해 깨져 조각이 떨어졌다.

   벌써 이러는 건지. 노망이 든 거라고. 자신의 머리에 문제가 생긴 거라며 뇌에 좋은 약과 음식을 찾아보라고 자비스에게 말하고는 다시 전신 의자에 기대어 누웠다. 며칠째 밤을 샜지만, 여전히 한결같이 피곤하기만 할 뿐 잠은 오지 않았다.

   소중한 사람을 또다시 잃을 순 없다. 전신 의자에서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스타크는 공구 통에서 꺼냈다. 좀 더 많은 사람을 구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자신의 일부를 더 많이 만드는 것. 그것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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